Type과 Typo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타이포(typo)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타이포’? 도대체 뭐지?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 ‘타이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타입디자인… 타이포그래피… 타입페이스… 타이포그래픽… 타이포그래퍼? 도통 알 수가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타이포’라는 단어를 큰 문제없이 사용하곤 한다. 학생들이 ‘타이포’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아무때나 사용하는데는 학교 디자인 교육에 큰 책임이 있다. 편집, 패키지, CI, 그래픽 디자인 등 타이포그래피를 응용한 과목을 강의하는 선생님들 중 일부는 서슴없이 ‘타이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타이포’ 라는 단어를 큰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를 볼때가 있다. 일부 그래픽 디자이너와 학생들은 타이포(typo)라는 단어를 보통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의 줄임말로 사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타이포(typo)’라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일까?

잘못된 단어의 사용은 타이포그래피를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나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하나의 학문을 깊게 공부할수록 단어에 대한 의미나 표현은 굉장히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타이포그래피’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Type 과 Typo의 단어적 의미와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용어들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현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 중 ‘타이포그래피’나 ‘타입페이스’ 혹은 ‘타입 디자인’을 뭉뚱그려 ‘타이포(Typo)’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학교 과제에서 ‘타입페이스’가 어울리지 않거나, 디자인 작업에서 타이포그래피에 문제가 있을때 “타이포가 잘못되었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미 이런 상황에서 ‘타이포’라는 표현은 일반화되어 많은 디자이너 사이에서 아무 문제나 의심 없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이포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에 맞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선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ty・po
1. 〔typographer〕인쇄공, 《특히》 식자공
2. 〔typographic error〕 오식(誤植)

(출처) 네이버 사전

위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타이포(typo)는 인쇄공(타이포그래퍼)와 오식(오탈자)을 이야기한다. 전자 인쇄공을 현대적 의미와 시각디자인 전문분야의 의미로 해석하면, 디자인된 글꼴을 다루고 활용하는 사람 즉, ‘타이포그래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인 오탈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타이포’ 표현은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표현상의 큰 오류이다. 그렇다면, 이어서 Type에 대한 사전적 의미도 알아보자.

type
5. [집합적] 【인쇄】 활자;자체;인자체(印字體)

(출처) 네이버 사전

타입(type)은 디자인 전문분야에서 글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입은 글 자체만 의미할 뿐 글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한글의 명조나 고딕의 형태보다는 이 모두를 포함한 글 자체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어서 타입페이스(Typeface)의 의미도 알아보자.

type・face
1 활자면
2 (활자) 서체(書體)

여기서 타입페이스는 ‘type+face’의 합성어로 타입의 얼굴 즉, 타입의 형태를 이야기한다. 타입페이스는 우리말로 글꼴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글+꼴’의 합성어로 순 우리말이다. 위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과제를 하다가 타입페이스의 선택이 잘못되었거나 이상할 때 ‘타이포’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단어적 의미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우리는 타이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보다는 “타입이 잘못되었다.” 혹은 “타입페이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라고 말해야 옳다.
타이포그래피의 어원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그리스어인 Typos(글자)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본래 유래한 단어의 의미와 다르게 타이포그래피의 의미는 활자를 다루는 행위를 이야기한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디자인된 활자를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배열(혹은 조판)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요점은 바로 “디자인 된…”에 있다. 즉, 타입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되어 있는 활자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밀루더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이포그래퍼는 타입 디자이너와 다르게 타입페이스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선택하고 배열 한다”고 할 수있다.

타이포그래피는 과거와 다르게 일반적인 기술직이 아닌 창의적인 전문분야를 이야기한다. 단지 타입을 배열하는 행위만으로 타이포그래피라고 하지 않는다. 더욱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감각으로 이루어지는 타입페이스의 선택과 배열을 타이포그래피라고 이야기 한다. 타이포그래피는 “타이포+그래피”의 합성어로 이루어졌는데, 풀어서 이야기하면 ‘타이포’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오탈자의 의미와—타이포그래퍼의 줄임말로 즉, 타입을 배열하는 사람이고, ‘그래피’는 그것을 여러 가지 기법 및 양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현대적인 의미의 “타이포그래피”란 ‘타입을 다루는 사람들(타이포그래퍼)의 전문적인 양식 또는 기법’을 이야기 한다. ‘타이포그래피 분야’와 관련된 기초적인 용어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type = 글 자체
  • typeface = 글꼴의 형태 및 양식
  • typo = 타이포그래퍼의 줄임말 혹은 오탈자
  • type design = 글꼴을 디자인 하는 행위
  • typographer = 디자인 된 글꼴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사람
  • typography[일반적인] = 디자인 된 글꼴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행위
  • typography[전문분야] = 타입을 다루는 사람들의 전문적인 양식 및 기법

‘타이포’라는 잘못된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하여, 타이포그래피 분야의 용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특정 전문분야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간과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단어들은 그 의미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항상 조심하고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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