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아버지가 세종대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글의 모양, ‘글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리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한글 글꼴을 설계한 사람은 최정호와 최정순이다. 지금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이들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원도가 글자가 되기까지 글꼴 제작의 필요성이 대두하기 시작한 건 일제 강점기와 6.25 동란이 끝난 1950년대 들어서다. 당시엔 글꼴을 만들려면 원도 설계가 필수였다. ‘원도(Typeface Original Drawing)’는 활자를 만들기 위해 그린 글자꼴의 씨그림으로, 기계로 활자를 만들기 전, 한 변의 길이가 4∼5㎝인 정사각형 안에 쓰는 글자를 지칭한다. 그리고 이 원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활자를 원도 활자라고 한다.
원도 활자가 도입되고 나서부터 활자 제작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실제 크기의 씨글자를 활자 조각가가 도장을 파듯 새겨서 만들었다면, 이제는 원도 설계자가 자, 컴퍼스, 붓, 잉크 등과 같은 레터링 도구를 이용해 한 글자씩 원도를 설계하면 이 설계된 원도를 바탕으로 자모 조각기가 활자를 깎았다. 이때부터 활자의 완성도는 활자를 조각하는 사람이 아닌 원도 설계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졌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한글 글꼴의 아버지, 글꼴 디자이너 1세대인 최정호와 최정순이다.